0
 3302   236   1
  View Articles

Name  
   이다 (2002-03-25 04:53:11, Hit : 54792, Vote : 1851)
Subject  
   난 너무 집착해



(플레이스테이션 카페를 운영한지 한달 정도 후에 쓴 글 2001. 8.19)

이 카페를 하면서 내 스타일을 확실히 지켜 나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냥 이 카페 저 카페를 전전하며 (특히 장미가족)
허접질을 올리고 나면
리플이 몇 개 달렸나 30분에 한 번씩 확인하는게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알다시피 나는 리플, 사람들의 반응에 매우 집착하는 편이다
나는 맘에 들어도 리플이 하나도 안달리면
살짝 가서 그걸 지워버렸다
쪽팔리니까..

한동안은 장미가족에서 인기있을 때도 있었다..
(여기서 장미가족이란. 테그카페에서 거의 최고봉인 카페로
수많은 포토샵쟁이들이 여기서 양성되었음)

푸하..이렇게 말하면 웃기지만..
장미가족에서 리플 한번이라도 받아본 분들은

.. 그 쾌감을 알거다..

그죠?



암튼..그 인기 있었을 때..
리플 32개가 달렸을때 난 너무 기뻐서 잠도 못잤다
그야말로 사는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래 나는 반짝 아유미,반짝 비비안수 안만들어도 인기 있을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며 역시 나한텐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인기도 잠깐
언제 그랬냐는듯이
언젠가부터 단 하나의 리플도 올라오지 않았다
분명히 나는 옛날보다 포토샵을 더 잘하는데
이제 누가 물어도 특기가 포토샵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포토샵 책도 사고 컴도 사고
포토샵 정품도(물론 복사본이지만) 깔고

그래서 공부도 마니 해서 나 이제 옛날보다 더 잘하는데


그래서 나는
최초로 별이 반짝 반짝을 만들었다



그게 이거다





이걸 만들 때 난 오로지 한 생각 뿐이었다
사람들의 리플..그리고 이쁜거 다 모았어염~류의 축전모음에..
내 허접질이 들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 정말 유치하지 않나? 허허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저것도..
난 정말 혼란스러웠다
색깔도 분홍색이고 별반짝이도 들어가 있고
적힌 말도 사랑에 관련된 건데
왜 리플이 적을까 (없진 않았다)
난 정말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나에겐 뭐가 부족한 걸까
뭐가 부족해서 나한텐 리플을 안달아 줄까
내 스타일을 잃고 방황하며
애들의 입맛에 맞추려고도 해봤지만
그래도 내겐 뭔가 부족했나보다



그 때 내 남자친구가 내가 만든 저..별반짝이를 보고 그랬다



이쁜데 너무 대중적이야



아..난 그 때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울었던지..
정말 쥐구멍 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왜 나는 내 스타일까지 잃어야 하는지?
아무도 인정안해도 난 내 스타일을 지킨다고
나에겐 오래전부터 그런 확신이 있었는데
그 마음은 이제 어디로 가버린 건지?


고등학교 때 내가 속해있던 만화그리는 서클이 있었다..
서클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회지를 냈는데
물론 거기에 나도 있었다
첫번째 회지에서 나는 코끼리를 주제로 4컷 만화를 그렸고
난 정말 거기에 만족했었다
내 감정을 그 만화에 실었으니까..
그런데 애들의 반응은 그게 아니었다
애들은 뒤에서 "쟤는 코끼리밖에 못그리나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부터 코끼리를 그리지 않았다

대신 8등신으로 쭉쭉 빠진 여자들을 그렸고
애들은 "쟤 그림 진짜 잘 그려"라고 했다



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운 기분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포토샵을 하고 무엇을 위해 이 짓을 하는가?
나를 위한 나의 만족을 위한 짓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에 그저 나를 맞춰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정말 허접이었던 것이다



포토샵을 점점 배워갈수록
오히려 나는 점점 허접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Prev
   미친 꽃

이다
Next
   무지개

이다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t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