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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다 (2002-03-25 15:36:46, Hit : 29915, Vote : 1284)
Subject  
   이다, 허영과 가식 그리고 그 실체에 관하여



나는 조금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아침 8시에 같은 방 언니가 수십번을 깨워야 일어나고
목 다 늘어진 티에 고딩 때 학교 체육복 반바지를 입고
눈 감은 채로 쓰리빠 찍찍 끌고가 기숙사 식당서 밥먹고

침대 시트와 이불은 언제나 구깃구깃하게 말려있을 뿐 아니라
침대 밭 밑엔 3일 전 해놓은 빨래들이 그대로 있으며

컴터는 맨날 발로 켜고
컴 앞에는 각종 쓰레기가 즐비하며

수업시간엔 맨날 다이어리에 그림만 그리고
아니면 자고
아니면 출석체크하고 와버리는 농땡이에다가

옷장 문은 절대로 안닫고
의자는 절대로 안집어넣으며
청소는 도저히 못참을 때까지 안할 뿐 아니라

세수도 하루에 한 번 밖에 안하고
아무리 몸이 더러워도 아침에만 샤워하며

섹시한 척 스켄사진을 찍었지만
터지는 볼살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고
코가 오똑한 듯 보이지만 알고보면 돼지코이며
눈을 끝까지 공개안하는 이유는
쌍거플도 없이 잡아째졌기 때문이다


감각있는 척 철학적인 척 하지만
그렇게 있어보이기 위해 멋있어 보이기 위해
맨날 문학 교과서에서 멋있는 말을 골라내고
명화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고민하고

수업시간에 교수가 하는 말을 슬쩍 써놓고
나중에 우려먹는 행태를 할 뿐 아니라

지성적인 척 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말을 하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림을 읽어주네 마네

허접하다고 얘기하지만 가슴속으론 자만이 가득하고
누가 비판을 하면 몇 날 몇 일을 가슴아파하며
누가 칭찬을 하며 기뻐서 잠을 못이루는 유치한 이다

최근 카페에 올라오는 칭찬의 글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으나
역시 뿌듯한 건 어쩔수 없어
그 글들을 10번 이상 보며 즐거워 했던걸
살포시 고백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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