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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 (2002-03-25 16:02:53, Hit : 30019, Vote :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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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서 울어버렸어, 이런 바보, 바보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바보처럼 훌쩍인다

엄마랑 전화로 사소한 컴 포멧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언니랑 정아(룸메) 보기 부끄러워서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엄마하고 싸운 것보다 우는 모습 보인게 더 신경쓰인다
울음이 진정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정한별, 니가 언제부터 우는 걸 부끄러워했다고?..



난 유난히 눈물이 많은 편이다
울고 싶으면 울고 눈물을 애써 닦지도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책상에 엎드려서 운 적이 없다
멍하게 고개를 들고 앉아서 그저 눈물을 줄줄 흘린다

난 절대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훌쩍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울고 싶으면 전화를 하던가 애들을 찾는다
그래서 위로받고 안기고 다시 진정한다

나는 이렇게 화장실 변기에 쭈그려 우는 애가 아니었단 말이다
나는 이렇게 혼자서 울고 눈물자국을 씻어버리는 애가 아니었단 말이다



눈물을 씻고, 상기된 볼을 두들기며 방에 들어오니
언니가 아는 오빠들한테 다 전화를 하며
내 컴 바이러스 걸린 것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내가 혼자 화장실에서 훌쩍거리던 그 때부터


나는 언니에게 위로 받을 수도, 안길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난 내 스스로 화장실로 도망쳐 버렸다

화장실, 그 좁은 1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위로를 받을 기회를 내 의지로 뿌리친 채
그렇게 혼자만의 공간으로
날 억지로 밀어넣고 있었던 것이다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안아주는 사람도
위로해줄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나를 안아주려 할 때
나는 스스로 화장실로 도망쳐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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